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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과 작은 정보들

[리뷰] 마흔에게 - 기시미 이치로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by 우공80 2022.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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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배우는 '지금을 사는 행복론

젊을 때와 달리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들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일들을 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와도 할 수 있는 일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많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나가는 것만이 나이 들어서도 자유로이 살 수 있는 힘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오롯이 나이 들어가는 삶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이 듦이나 간병뿐만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어판 서문에서

 

전체적인 감상

처음 이 책을 선택할 때는 40대의 힘든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부분 읽으면서 이 책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지, 나이 마흔에 읽기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미 치열하게 40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또한 지나치게 개인적인 경험을 위주로 서술되어 공감이 잘 안 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저자처럼 심근경색을 극복하고, 나이 60이 넘어서 새로운 배움을 얻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는 술술 읽히고, 한번씩 가슴에 와닿는 문구들이 있다 보니 결국 끝까지 읽고 말았습니다.

 

다 읽고 나니, 나이 마흔이 되면서 몸도 한 군데씩 고장이 나고 기억력이나 이해력도 예전 같지는 않아서 좌절하는 부분도 생각나고, 그리고 당연히 나보다 더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생각들..

 

이제 막 나이 마흔을 넘은 나에게도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었습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만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아기일 때 부모님이 아무것도 못하는 우리 그 자체를 사랑하셨던 것처럼,

부모님이 나이 들어서 우리가 원하는 부모님이 되지 않더라도 그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

이 당연한 것을 부모님께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공헌을 해야 하고 그것은 나이가 먹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직장에서나, 지역에서나, 가정에서나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내가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지금 나이 마흔 무렵에서 읽기에도 적당하고, 나중에 나도 나이가 더 들어서 다시 읽어보면 좋을 거 같고,

나뿐 아니라 부모님께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문구들

훗날 제가 아버지를 간병하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네가 있어서 안심하고 잘 수 있단다."

그 무렵 아버지는 하루의 반나절을 자면서 보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럼에 도 아버지는 그저 곁에만 있어도 공헌할 수 있다는 걸 제게 가르쳐준 겁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던 문구입니다. 아버지는 젊을 때 사업을 실패하시고, 어머니 퇴직금을 사기로 날리시면서 집안에서의 입지가 많이 작아지셨습니다. 늘 저와 동생 결혼할 때 집 한 채는 해줘야지 말버릇처럼 말씀하시고, 취직했을 때는 외제차를 보면서 이제 취직도 했는데, 저런 차 어떻냐고도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아버지의 이런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안 형편이 안 좋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버지의 이런 허풍 때문에 갈등도 컸고, 집에 조금의 돈만 생기면 사업한다고 날리거나 도박에 날리시는 게 일이었습니다.

 

제가 제발 그냥 집에 가만히 계시면 안 되냐고 하니까

"그럼 나보고 그냥 이렇게 살다 늙어 죽으라는 거냐?" 라면서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러다 저도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어렴풋이 아버지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와 동생에게 가치 있는 아버지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일이 잘 안 되면서 말년에 본인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자식들과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버둥거리셨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많은 돈을 벌어오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기를 기대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아버지께 아버지가 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말씀드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아버지 돌아가실 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해준 아버지가 아니라,

그래도 자식들에게 사랑받는 아버지라는 것을 아셨다면... 그래도 마음이 좀 편하지 않으셨을까 후회가 됩니다.

 

 

자신의 과제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건 상대의 결정 또한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간병하는 데 있어 이는 아주 중요한 자세입니다. 노년을 어떻게 살지 결정하는 사람은 부모 자신입니다. 부모의 과제에 함부로 침 범해서 나의 이상과 희망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나이가 들어도 기력이 정정해서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즐겼으면…………….' '손주들에게도 다정하고 본보기 가 될 수 있게 행동했으면......' 등등, 부모에게 이상 적인 모습을 바라는 이유는, 어른이 되기 위한 세 번째 요건, '자기 중심성에서의 탈피'를 하지 못했기 때 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공동체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중심에 있지는 않습니다. '나'는 타인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게 아니고, 타인도 '나'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게 아닙니다..

 

부모와 자식은 별개의 인격이고 서로의 가치관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 고개를 끄떡이게 합니다.

자식이 성인이 되어 독립을 했다면, 부모와 자식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그렇게 잘 안되어서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데도 그것이 간섭이 되고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서로가 별개의 인격체로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에 아이들 교육 문제로 어머니와 잠시 같이 살게 되었는데,

떨어져 지내는 십수 년간 좋았던 관계가 불과 몇 달만에 서먹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런 것들도 결국 각자의 삶에 개입하려는 데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부모를 위해 애를 태우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도 부모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어린 시절에 부모가 해준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부모를 간병하다 보면
그와 비슷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중략)
철학자 미키 기요시는 말합니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인간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거나, 누군가로부터 행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가족의 행복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상황에 좌절하기보다 그 안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서 바라보는 것이 당연히 더 낫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 이 내용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저도 "뻔한 소리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가 고매한 인격을 갖춘 성인이 아니고, 삶에 치여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부정적인 상황을 버티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힘들면 무리를 한다는 뜻이고, 그러면 이래저래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힘든 것이 티가 납니다.

좋게 말해 티가 나는 것이고,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힘든 것을 어필하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네가 힘드네. 내가 힘드네. 하면서 관계를 망치고 생활이든, 직장이든, 인간관계든 오래 버틸 수 없게 합니다.

 

마무리

"긴 인생을 사는 동안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으면 안 되고

겪고 싶지 않은 것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겪어야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들을 회피하기보다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마흔 무렵부터 인생의 황혼기까지 우리에게 닥쳐오는 일들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지,

이미 그런 일들을 겪어본 저자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에게 조언을 주는 책입니다.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느껴지는 것이 있고 순식간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작가의 필력도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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