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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관련 생각들

[리뷰][협상] 방송국에서 드라마 파는 여자 - 정론이지만, 딱딱하지 않아요

by 우공80 2022.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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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서 드라마 파는 여자



저자가 후배인 게 자랑..


이 책은 대학교 동아리 후배가 쓴 책입니다.
오랫동안 연락 없이 지낸 사이이긴 합니다만, 단톡방에서 책을 썼다는 얘기는 들었고,
대견한 마음에,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집 앞 도서관에 도서 구입 신청을 넣어봤는데, 신청 도서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집 앞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하면, 1번으로 대여해준 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네요.
아무튼 제 돈은 안 들이고, 빳빳한 새책을 대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방송국에서 10여 년간 콘텐츠 판매 협상을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담은 책입니다.
협상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얼핏 딱딱할 것이다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 책의 내용은 일반적인 협상 관련 정론을 따르면서도
"드라마 판매"라는 약간은 친숙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인지 술술 잘 읽힙니다.

협상 관련 스테디셀러인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와 비교해보면,
이 책도 재미있긴 했지만, 교수님이 쓴 책이라서인지 읽기 쉽지는 않았고,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저와 같은 직장인이 쓴 책이라서인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우리 일상은 하루하루가 협상으로 이루어집니다. 꼭 '협상'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협상'을 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협상' 그 자체를 주된 업무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신입사원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고, 오랜 기간 같은 일을 해온 사람도 늘 하던 방식에 익숙해져서, 소홀하거나 무시하기 쉬운 것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일깨워 주어서 읽어볼 만합니다.
(하지만, 시니어가 읽어보고 주니어에게 가르쳐주지는 마세요.. 꼰대 소리 듣기 딱 좋은 이야기들입니다.)

프롤로그가 억지로 재미있게 쓰려고 했는지 다소 재미가 없는데..ㅋㅋㅋ
그 부분만 넘기면 뒷부분은 수필처럼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가끔 개인적인 연애 이야기로 비유를 드는데,
차가운 도시 여자인 줄로만 알았던 새침한 후배의 얼굴이 떠올라서 빵빵 터지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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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부분


1. 첫인상

첫인상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알 것입니다. 저자는 첫인상은 첫 만남이 아니라 만남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도로 표현하자면, 만남 전 2단계, 첫 만남 1단계, 두 번째 만남 3단계로 협상의 강도를 높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첫 만남에서 가장 좋은 회의실을 예약하고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 극도로 현실적이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어찌 보면, 사소한 것이고, 저는 그동안 생각을 못했던 부분입니다. 저는 주로 초대받아서 가는 쪽이라서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는데요. 그렇게 갔을 때, 회의실에 물이라던지, 회의 자료라던지, 필기도구라던지 갖춰 놓고 격식 있게 맞아주는 곳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기분이 좋았고, 일이 잘 풀렸던 기억이 나네요.

2. 윈-윈 전략

다른 부서와 회의를 하다 보면,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양보하지 않고 질질 끄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은 상대를 KO 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로 원하는 것을 얻어가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해야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를 KO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원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기에게 중요한 것은 더 얻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을 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는 매출이 가장 중요하지만, 고객은 더 나은 품질과 서비스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그런 관계가 아니면 장사가 되지 않죠. 만원 주고 만원 돌려받는 것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윤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게 아닐까요?

윈-윈 전략 관련하여 작가의 입사시험 이야기가 나옵니다. 같은 조원들을 설득해서 가장 높은 금액의 투자를 받으라는 미션이었는데, 토론을 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본인의 콘텐츠로는 많은 투자를 받을 수가 없겠더랍니다. 그래서 양보를 하고 망했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높은 점수를 받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저도 공감이 되었는데, 저도 입사 면접 때 7~8명 같은 면접 조끼리 입장을 정하고 토론을 했습니다.
다들 반론에 반론을 거듭하며, 열띠게 토론을 하고 있었는데, 제 정면에 앉은 지원자가 뭔가 말하려고 움찔거리긴 하는데,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사람이 많으니, 치고 나오지 못하는 게 보였습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이 토론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었다고 생각했고, 고만고만한 이야기로 열띠게 토론하는 게 면접관에게 좋아 보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 분 발표가 끝나고 반론이 나오려는 타이밍에,

"김순자(가명) 씨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거 같은데, 의견을 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라고 발언을 끊었습니다. 그러자 말씀 가장 많이 하시던 지원자 분도 뭔가 느꼈는지,

"아, 제가 너무 말이 많았네요" 하고 웃으면서 발언권을 양보했습니다.

토론 분위기가 좋아진 건 물론이고, 김순자 씨도 논리 있게 말씀을 잘하시더라고요. 슬쩍 보니, 면접관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게 보였습니다. 결과는 흔쾌히 발언권을 양보한 분과, 김순자 씨, 그리고 저 모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대를 KO 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거죠.

3. 매달리면 하기 싫다

우리는 다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누가 시키면 더 하기 싫습니다. 우리가 공부 못한 이유는 엄마가 공부하라고 자꾸 말해서 공부를 하기 싫어졌기 때문이죠. ㅎㅎ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달리면서 계속 쪼고, 의견 달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지죠. 밥상을 차려놓고 여기 이렇게 맛있는 밥이 있어요~ 까지만 해야 합니다. 이게 정론인데, 특히 회사에서는 그게 또 쉽지가 않긴 합니다.

오늘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내일 결과를 달라고 하는 것이 회사이니까요.

4. 결정은 상대방이 스스로 하게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옷을 사러 갔습니다. 자꾸 따라붙은 점원을 피해 맘에 드는 옷을 골랐습니다. 이걸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점원이 자꾸 예쁘다고 칭찬하니까, 어영부영 떠밀리듯 결제를 합니다. 집에 와서 생각하면, 새로 산 옷이 맘에 드는데도 불구하고, 좀 더 알아보고 살걸.. 신중히 살걸.. 하며, 찝찝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협상에서도 상대가 등 떠밀려 결정한 것처럼 느끼지 않도록 상대의 선택과 협상의 자세 등을 칭찬하면서 잘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기만하지는 마시고요)

5. 협상은 예측 불가능하다

협상도 그렇고 모든 업무 환경은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저 같은 경우, 장비의 공급일정이 국제적인 정세의 영향을 받을 때도 있고, 갑자기 개발자가 줄 퇴사해서 인력 관리에 구멍이 난다던지, 정부 규제나, 타사의 동향 같은 비즈니스 환경 자체가 변한다던지 하는 일이 수없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융통성을 발휘해서 업무를 해야 합니다. 저자는 융통성을 발휘하기 전에 지켜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뿐이라고 말합니다.

정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목표를 세우고, 협상 전략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의 마지노선을 정해두는 것, 그리고 미리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능한 예측 해서 플랜 B, 플랜 C의 대안을 마련해 두는 정도다.

회사에서도 대형 장기 프로젝트에 대해서 초기부터 완벽한 계획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불필요하게 일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6. 친해지되 선을 지키는 것

서로 팽팽하게 긴장감만 도는 것도 협상의 진행에 도움이 안 되지만, 너무 친밀해져서 해야 할 말을 못 한다던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실수를 눈감아 준다던지..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면 안 됩니다.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 오히려 서로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게 됩니다.

7. 내부의 팀워크를 드러내지 말 것

협상을 팀으로 한다면, 상대에게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팀워크가 좋은 팀과 일하게 되면, 상대방도 그런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공식석상에서 주무자의 의견에 대놓고 반대를 하거나, 상대에게 우리 편 험담을 하는 것은 최악입니다. 특히 그것이 자기가 돋보이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면 그런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8. 한 가지에 목매지 말기

매달리면, 내 가치는 점점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한 곳에 매달리지 않도록 외연을 넓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한 가지 길이 실패해도 다른 길이 있어서 여유가 생깁니다. 그런 여유가 바탕이 되면, 상대에게 패를 보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9.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

사람은 자신에게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빚을 지면 갚으려고 하고요. 다음에 호의를 베풀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혹 착한 사람을 호구로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에게 잘하는 사람을 배신하고 실속만 챙기려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극한 상황에서는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은 배신을 하지 않는 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단, 그렇게만 사람을 대하면 좋을 텐데,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나의 호의를 악용하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10.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저자가 경험한 대규모 배급사의 N이라는 구매자의 갑질 때문에 모든 관계자들이 고통스러웠는데, 단호하게 대응을 한 결과 상대의 태도를 바꾸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저희 회사의 어느 한분이 떠올랐는데요(K라고 하겠습니다.) 업무지식도 많으시고, 아주 꼼꼼하셔서, 시스템에서 자료를 받아서 엑셀로 정리를 해서 메일을 계속 보내시는데, 그 엑셀을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시스템이 가진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하면 사실 딱 떨어지게 나오기가 어렵습니다.(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변함)
그런데, 이 꼼꼼한 성격에 막무가내 같은 성격이 더해지니까,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달라지는 것을 계속 왜 다른지 확인을 한다던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분석하며 개발해야 하는 것을 처음부터 다 정리해 놓고 가려한다 던 지 하는 것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힘들어합니다. 모두가 혀를 내두르고, 그분 전화가 오면 어지간하면 받지 않습니다.
저도 성격이 꽤나 무던한 편인데도, 이 분 때문에 화가 나서, 옥상에 올라가 고함을 지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란 게, 선배님들 중에 약간 제왕적인 기질을 가지신 분이 계신데, K가 그분에게 애교까지 떨면서 부탁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략 아래와 같은 흐름이었습니다.

선배님: 대체 뭐라는 거예요? 그걸 지금 저보고 하라는 거예요? 제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K: 아니, 차장님, 그게 아니라 어쩌고 저쩌고
선배님: 아~~~ 몰라 몰라. 난 못해
K: 아잉~ 차장님~ 제발요~

어찌나 충격을 받았던지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옆팀 직원들이 K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고,
가끔 저한테 불똥이 튀기도 하는데, 다음에는 단호하게 대응해 봐야겠습니다.

마무리


회사 생활에 따분함이 느껴지고, 긴장감이 없을 때나, 반대로 너무 긴장하여 실수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을 때, 누구나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꼭 사서 한 번쯤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자 송효지
출판사 바이북스
출간일 2022년 06월 15일
쪽수 236쪽
크기 140*210*20mm
ISBN13 9791158773014
ISBN10 115877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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