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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과 작은 정보들

[책]빅 픽처

by 우공80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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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아내가 침대 맡에 두고 읽었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표지에 적힌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 이야기!"라고 되어있어서,

자기 꿈을 찾아 떠나는 그런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

 

책의 시작 부분은 지루한 어떤 남자의 삶을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부부가 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불화를 겪게 되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와 아내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참 궁금했습니다.

 

책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우발적인 사고로 주인공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뀝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하게 자신의 꿈이었던 사진가로 성공하게 되지만,

그마저도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아내가 책갈피 꽂아놓은 것을 보니, 진짜 재미있는 부분까지는 읽지 못했네요. 

저는 이 책이 너무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어서 보는 내내 아내 생각이 나서 슬프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저는 그랬지만, 저 같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어떨까 궁금해서 서평을 찾아보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소설에서 벌어진 사건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고전소설처럼 우발적이거나 우연한 사고가 자주 등장하니까요. 

아마, 예전의 저라면, "디테일한 묘사는 좋지만,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군"이라며 평가절하했을 것 같네요.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가 죽고, 세상이 뒤죽박죽 되어버린 지금으로서는 이 책이 제 속을 들여다보고 쓴 것처럼 생각되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작가가 아내와 불화가 있었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보았나?" "누구를 죽여보았나?"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제 상황이 위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벤, 이 멍청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 꼭 잃어봐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말하고 싶더군요.

그리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저에게도 똑같이 "멍청이!!"라고 소리쳐 주고 싶습니다.

 

일상이 지루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그래도 현재의 지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 어쩌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래는 인상적으로 본 문구입니다.

 

1. 주인공의 친구인 빌이 하는 조언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 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2. 주인공이 살인 후 하는 생각
"제가 전에는 그토록 하찮게 생각했던 삶을 제발 되돌려 주십시오. 아무런 기쁨 없이 멍했던 통근 길, 한심한 의뢰인들을 바라보며 보낸 지긋지긋한 근무시간, 집안 문제, 부부 문제, 불면의 밤, 내 아이들을 제발 다 돌려주세요. 더 이상 다른 삶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3. 앤이 아이를 잃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장면
"... 극복이 안 돼 그냥 덮고 사는 거야. 그냥 눈에 안 띄게 밀쳐 둔 거지. 그 일은 나만의 어두운 방이 되었어. 내 머릿속 한 곳에 그 어두운 방이 늘 존재하지. 아무리 애써도 없앨 수 없는 방. 영원히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방."

 

4. 벤이 사진 작업을 하러 떠나기 전 앤이 하는 말

"한 번 큰 상실감을 겪고 나면 모든 게 쉽게 깨어질 듯, 부서질 듯 보이지. 더 이상 행복을 믿지 않게 돼. 좋은 일이 찾아와도 조만간 사라지게 될 거라 생각하지."

 

5. 벤이 떠났다가 하루 만에 다시 돌아온 후 앤이 하는 말
"다 이해해. 다 이해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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