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 한동안 소설 채식주의자가 자주 회자되었다. 과거에 청소년유해도서로 지정된 적도 있다고 해서 더욱 궁금했는데, 이번 주말 마침내 읽어보았다.
소설은 강렬하고 충격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혜가 과도로 손목을 그었던 순간이었다.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도 마치 그 장면의 반복처럼 느껴졌다.
"먹어라. 애비 말 듣고 먹어.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가슴 뭉클한 부정(父情)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분명 폭력적인 상황인데도 그 안의 모든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 안에 숨겨진 자기중심적인 폭력성에 섬뜩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섬뜩함은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했다고 믿었던 행동들이 실은 폭력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친구들에게 ‘좋다’며 권했던 것들이 정말 그들이 원한 것이었을까?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나의 만족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또 내가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했던 것들이 정말 이해였을까? 내가 그들을 내 생각에 비추어 이해하려고 했을 뿐이지, 정말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했을까?
이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나 또한 누군가에게 온전히 이해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 적은 있지만, ‘나를 이해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한 번도 이해받은 적이 없다면, 나 또한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을 가능성이 높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내가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부족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 나는 누군가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그들의 존재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에 더욱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s. 이 감상평 또한 채식주의자를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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