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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과 작은 정보들

나는 아무렇지 않기로 정했다 - 2022년을 마무리하며

by 우공80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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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e of Life " by  h.koppdelaney  is licensed under  CC BY-ND 2.0 .

 

2022년을 돌이켜 보며..


올해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일만 가득했던 한 해였다.

작년 말인가 올해 초인가.. 장모님께서 올해가 삼재(三災)니 조심하라고 하셨을 때, 그냥 웃고 넘겼는데,
정말 삼재라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1월에는 인테리어 문제로 아랫집과 마찰이 있었다.

동의서 받는 아르바이트 아주머니가 기분 나쁘게 했다는데,
몇 번이나 찾아뵙고 사정을 해도 동의를 해주지 않았다. 

법적으로야 공사를 강행해도 문제 될 것이 없지만,
민원 넣을 때마다 공사 중단되어 이사를 못하게 되면 짐 보관이나, 아이 통학 등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다.
그리고, 이사 온 후에도 지속적으로 마찰이 생길 것이 뻔해서 좋게 해결하려고 했었다.

내가 내 돈 내고 공사하는데 이렇게 까지 괴로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고,
왜 숙이고 들어가냐고 되려 나에게 화를 내는 아내에게도 서운한 마음이 컸다.

2월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이사를 하면서 21년 11월에 3억 대출을 받았는데, 이미 금리가 오른 직후였기 때문에, 고정금리 대출을 받으면 코로나 이전보다 금리가 더 높아버리는 상황이라 변동금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자가 높아봐야 주식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가지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대출을 받았다. 

금리가 올라봐야 얼마나 오를까 했는데, 전쟁이 불러온 인플레이션은 강력한 금융 정책으로 돌아왔고,
우리의 선택은 완전한 실패였다. 주식도 당시의 절반으로 떨어져 버렸으니..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4월에는 사기를 당했다.

대학교 후배가 비상장주식에 투자 기회가 생겼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5월 초에 상장될 것 같다고 하면서, 한 달 만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고, 3천만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상환기일이 되어도 차일피일 미루었고,
우연한 기회에 대학 동문으로 부터, 그 후배가 이미 선물투자로 수십억을 날린 상태라는 것을 들었다.
20년이 넘게 봐온 후배이기에 아무 의심이 없었는데, 결국 사기였다.
이 일로 올 한 해 아내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6월에는 코인 투자에 실패했다.

기존 코인에 물타기 + 일부 코인을 새로 매수했는데, 사자마자 더 떨어졌고, 그중에 하나는 11월에 유의종목으로 지정되어 -70%까지 떨어졌다.

8월에는 고부관계로 문제가 생겼다.

3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첫째 케어를 위해 어머니께서 올라오셨다.
고부관계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했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점차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 교육 문제로도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 아이 여름 방학이 끝나는 8월 무렵..
마음이 많이 상한 상태로 어머니께서 내려가셨다.
나는 어머니와 사이가 아주 좋은 아들이어서, 거의 매일 한 시간씩 통화를 했었고,
세상에 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한 명도 없어지게 되었다.

9월에는 자격증 시험에 떨어졌다.

충분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졌고,
시험이 끝난 후에 보니, 합격이 가능했는데, 초조함에 서두르다 망친 걸 알아서 아쉬웠다. 

12월에는 승진에 실패했다.

이미 두 차례나 승진이 누락되었고, 올해 고과도 잘 받았기에 승진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승진자 명단에서 이름을 발견하지 못했다.
담당님도 팀장님도 무난하게 승진할 거라고 생각하셨고, 주위 사람들도 내가 승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는데..
왜 승진하지 못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일 년 내내 우울했고, 자존감이 무너져내리는 한해였다.
어머니는 불편해졌고, 아내와 대화도 없어졌고, 아이들에게 불필요하게 화도 많이 냈다.
회사에서는 의욕이 없었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기피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가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느껴져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이 들었다.

 

하루 종일 멍하니.. 그러나..


목요일에 승진 발표를 알고 나서 드는 생각은 '정말 올 한 해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였다.

그러고 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이 되고, 수시로 멍해졌다.

조직에서 날 필요로 하지 않나? 내가 찍히기라도 했나? 그 와중에 또 오라는 조직이 있어서 고민이 되었다. 

조직에서 내가 승진자 중 가장 연차가 높았기 때문에, 후배들 앞길을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창피한 마음도 들었다.

일하기도 싫을 것 같고.. 멘붕 핑계 대고 한 일주일 회사 나가지 말까?라는 생각도 했다.

런데, 승진은 못했어도 고과는 잘 받았기 때문에, 어쨌든 담당님과 팀장님은 나에게 해주실 만큼 해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사람이 없는데, 배신하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내 성향에 안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찌 되었건 나는 내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지금 당장에 승진이 안되었다고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울고 싶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운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회사에서 업무 메일이 왔는데, 휴가 중이지만, 답변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급한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만히 있으면 올 스탑되는 종류의 일...
승진 못했다고 좌절해서 회신을 안 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회신이 없으면, 승진 못해서 멘붕 왔나? 생각하겠지? 

전화가 오길래 전화를 받았고, 전화를 몇 통 돌리며 사실관계 확인하고, 정리하고... 그러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정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으려고 한다


올해 무슨 일이 있었건,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또 나에게 어떤 일이 생겼건..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기로 정했다. 

승진 못했다고, 승진한 사람을 시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꽁해서 죽을 상을 하고 회사를 다니지도 않을 것이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공부를 하고, 자격증도 딸 것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일도 여전히 내가 끌어안고 갈 것이다. 

올해 시작한 티스토리도 열심히 해서 방문자 수도 늘리고, 책도 열심히 읽어야지. 

내가 올 한 해 힘들고 괴로우면서도 계속했던 일들을 내년에도 계속해야지.

그렇게 그냥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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